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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수패 사물놀이 98년 공연
Samulnori 20th Anniversary Concert
한국의 민속음악 중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이고 가장 널리 연행(演行)되어오던 놀이는 바로 풍물(농악)이다. 한국의 농악은 우리 민족이 농경생활을 통해 축적된 하나의 문화적 응집체(凝集體)요. 예술의 퇴적층(堆積層)이다. 사물놀이란 바로 이같은 장구한 역사의 농악놀이에 뿌리를 둔 음악이다. 사물(四物)이란 이름 그대로 농악에 쓰이는 기본적인
타악기를 지칭하는데 꽹과리, 징, 장고, 북이 곧 그것이다. 따라서 사물놀이란 사물악기로 연주하는 농악음악에 기초한 음악이다. 78년 김덕수에 의해 시작된 사물놀이는 마당놀이적 성격이 강한 전통적 농악의 다채로운 음악적 재료들을 도회적 무대공간으로 옮겨 재구성하고 재창조하여 양식화시킨 음악이다.
아무튼 오늘의 사물놀이는 그 유래며 형식을 따지기에 앞서 한국현대음악사에서 지니는 의미는 여간 대단한게 아니다. 특히 김덕수패 사물놀이는 가히 그 충격이 코페르니크스적이며 그 감격에 있어 전율적이고 그 영향에 있어 실로 파죽지세의 돌풍이었다. 사물놀이의 발랄한 음향은 우리네 정서적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고 우리네 핏줄 속에 맥맥히 흐르는 흥과 신명이라는 민족적 속성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한마디로 사물놀이는 20세기 말엽의 한국적인 상황이 직조해낸 가장 한국적인 심성의 예술로서 한국인의 정서와 시대의
조류에 적중한 독보적이고 진귀한 우리의 음악임에 틀림 없다.
(한명희/국립국악원장)